표 범
파리 식물원에서
그의 시선은 스쳐가는 창살로 하여
지쳐서 더 이상 보이는 것이 없다
그에겐 오직 수천의 창살들 뿐
뒤에는 그 어떤 세계도 없는 것 같으려니
가장 작디작은 원을 맴돌고 있는
날렵하고 거센 발걸음의 부드러운 걸음걸이
그 속엔 커다란 의지조차 마비된 채 서서
하나의 중심을 돌고 있는 힘찬 춤사위와 같다
이따금 눈동자의 장막 한번 소리 없이
열릴 때면 -. 어떤 형체 하나 비쳐 들어
굳어버린 사지의 침묵을 뚫고 지나가지만 -
가슴속에 머물지 않네.
Der Panther
Im Jardin des Plantes, Paris
Sein Blick ist vom Vorübergehn der Stäbe
So müd geworden, daß er nicht mehr hält.
Ihm ist, als ob es tausend stäbe gäbe
Und hinter tausend stäben keine Welt.
Der weiche Gang geschmeidig starker Schritte,
Der sich im allerkleinsten Kreise dreht,
Ist wie ein Tanz von Kraft um eine Mitte,
In der betäubt ein großer Wille steht.
Nur manchmal schiebt der Vorhang der Pupille
Sich lautlos auf -, Das geht ein Bild hinein,
Geht durch der Glieder angespannte Stille -
Und hört im Herzen auf zu sein.
*
릴케의 시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 독일 시문학에 있어서도 가장 아름다운 동물 시로 손꼽힌다. 아름답고 섬세한 운율은 소유 대명사 ‘Sein’으로 시작해서 동사의 원형 ‘sein’으로 끝을 맺는다. 철망을 향한 동물의 눈길이 이 철망이 그의 눈길에 지나간다. 한 꼬마 아이가 막대기를 탁탁 타다닥 동물 우리 철창을 치고 지나가는 듯한 ‘연 속어 운율 Schlagreim‘인 ‘Stäbe-hält-Stäbe-gäbe-Stäbe-Welt’가 아름다운 가락을 울려준다. 1903년 9월 뵈멘(보헤미아) 지방신문에 발표되어 주목을 끌었다. 시는 어떤 제한 속에 갇혀 시달리며 소리 없이 신음을 하는 인간의 모습을 잡힌 동물을 통해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한계란 일상, 가족, 자기 신체, 시민생활 등 전반의 소통을 말한다. 그것을 상실한 표범의 눈빛. 파리 식물원 동물 우리 안에 갇힌 동물, 비단 표범뿐만 아니라 갇힌 생명체의 무기력함을, 동물의 예리한 눈초리를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끝나는 부분, “날렵하고 거센 발걸음의 부드러운 걸음걸이”, “그에겐 오직 수천의 창살들 뿐/뒤에는 그 어떤 세계도 없는 것 같으려니" 에서 “한 중심을 돌고 있는 힘찬 춤사위와 같은" 그 테두리에서 '힘 잃은 중심'을 맴도는 것은 시인에게 닥친 예술 인식의 무기력함에 경종을 울린다.
'독일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오르크 트라클, 「미라벨의 음악」 (0) | 2021.01.29 |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봄이 오는 길목」 (0) | 2021.01.23 |
하인츠 피온텍의 「여울」 (0) | 2020.11.23 |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기」 (0) | 2020.11.05 |
파울 첼란의 「가만히」 (0) | 2020.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