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굴나뭇잎이 숲과 무릎을 에워싼
거기가 가장 얕은 곳이려니
물속에 잠긴 구름, 코앞에 있고
물결은 멈칫멈칫 더욱 속삭이네
개울 건너다 두리번대는 – 물결은
점점 높이 튀어 올라 허벅지까지 적신다
이런 가슴의 고동을 느껴본 적 있는가
모기들이 윙윙 아우성치고
올챙이 떼가 놀라서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발가락 밑으로는 가득한 자갈더미
또 얼마나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가!
밝은 빛살이 왔다가 사라진다
끝없는 여울, 이 위태로운 곳에서
어떻게 강둑으로 달려 갈 수 있을까
돌에 채어 머뭇거리다, 물고기로부터 힘을 얻어
나는 불안을 떨치려고 안간힘 써보네.
Die Furt (Heinz Piontek)
Schlinggewächs legt sich um Wade und Knie,
dort ist die seichteste Stelle.
Wolken im Wasser, wie nahe sind sie!
Zögernder lispelt die Welle.
Warten und spähen – die Strömung bespült
höher hinauf mir die Schenkel.
Nie hab ich so meinen Herzschlag gefühlt.
Sirrendes Mückengeplänkel.
Kaulquappenstrudel zerstieben erschreckt,
Grundgeröll unter den Zehen.
Wie hier die Luft nach Verwesendem schmeckt!
Flutlichter kommen und gehen.
Endlose Furt durch die Fährnis gelegt –
werd ich das Ufer gewinnen?
Strauchelnd und zaudernd, vom Springfisch erregt,
such ich der Angst zu entrinnen.
*
2003년 10월 26일. 78회 생일을 불과 3주밖에 남기지 않은 시인 하인츠 피온텍이 바이에른 주 파사우 근교의 한 요양소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인간의 말 중에서 가장 절대적인 것만을 골라 영혼을 노래하며 독일현대시 문단에 언어의 수를 놓던 참된 시인이었기에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는 전통적 서정적 토대 위에 늘 새로움을 간직하면서 자기만의 길을 걸었다. 사물, 사람, 풍경 등을 포착하여, 관찰한 후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거나 어떤 틀에 넣지 않고 새로운 창조의 소재로 발전시켰다. 특히 보편적인 이미지와 시의 리듬을 확고하게 유지하면서 고정적인 운율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한편, 자연시, 이야기체시(서사시), 지리적 환경에 토대를 두면서도 어느 것에도 매어있지 않은 폭 넓은 세계관을 펼쳤다. 현대조류에 맞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그를 젊은 아방가르드 그룹의 앞자리에 세울 수 있겠다.
시 「여울」에 사용되는 어휘는 일상적이다. 스쳐지나가는 인간생활을 있는 그대로 되새겨 새 생명을 인식한다. 시인은 그에 알맞은 어휘들을 직조하여 시의 위상을 드높인다. 얼핏 보아도 시의 언어적 형식이 ’F‘와 ’S‘, 또는 ’Z‘를 중심으로 한 두운법칙에 입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띤다. 오토 호이쉘레 Otto Heuschele는 그의 문학적 작업이 “일상적이 아닌 정신적인 태도, 그것을 시대의 정신적인 사건에 대한 높은 감수성으로 확대하여 언어에 대한 독특한 책임의식을 보여주고 있다”(1981년 11월 20일자 NZZ)고 평하고 있는데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야기-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온 그가 살던 세상은 노래 이상으로 높고 굴곡이 심하지 않았던가.
심오한 의미와 표현을 담아내는 시어들은 아름답고 영속적인 어떤 세계를 느끼게 한다. 감미롭고 회화적인 자연서정시를 기반으로 한 시집 『암호문 Klartext』(1965)에서는 엄격하고 꽉 짜인 시의 텍스트를 제시한다. 불신과 침묵으로 얼룩진 한 세대의 대변자로 자처하면서 그는 존재의 사멸성과 위험성, 그리고 혼돈성을 인식하고 사람들이 서로 인내 속에서 시대를 초월하여 참된 시간 속에 존재하며 새로운 의식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여울>은 그런 의식이 문학적인 비유로 거듭나게 한 시이다.
1925년 오버슐레지엔 지방 크로이츠베르크에서 출생. 1943년에 군에 징집되어 세계대전에 투입되었고, 잠시 미군의 포로로 있다가 전쟁이 끝나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 후 대학에 입학하여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줄곧 뮌헨에 머물면서 소설가, 에세이스트, 방송극작가, 번역가로서 큰 명성을 얻었고, 시집 『여울 Die Furt』(1952), 『연기깃발 Die Rauchfahne』(1953) 등을 내놓으며 시문학계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페터 디트마 Peter Dittmar는 2003년 10월 29일자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에 기고한 추모의 글에서 “하인츠 피온텍은 외톨이였다.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하여 활짝 문을 열고 있었지만 무리를 짓는 일이나 독단적 교의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 과연 그의 작품은 학교교재로 쓰일 만하다. 그가 남긴 작품은 ‘문학기업(사업)’이 아니라 순수문학에 속한다"고 하면서 그의 업적을 평가하고 있다.
이제 시인은 문학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지나간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후세들을 가르치는 정신적인 유산으로서, 20여개국어로 번역되었듯이 인류의 고귀한 예술로 남아 우리 가슴에 계속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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