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0 4

키웨스트*의 골목길

카리브 해안 불타는 땡볕 아래촌로의 찌푸린 이맛살처럼길게 늘어져 굽은 골목길허리춤으로 스미는 햇살과가슴팍을 메우는 마파람에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정적도 외로움을 앓는지그림자 길게 늘어뜨리고소리 없이 흐느끼는데집들은 모두 기지개를 켜고체념보다 무거운 침묵을 덮고 누웠다 이다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에혹 헤밍웨이의 인기척이라도 묻혀 올까쫑긋 귀를 세워보는 한여름의 오후언제 다시 바닷바람 불어올지조금도 가늠하지 못한 채키웨스트의 골목길은 텅 비어 있다. * Key West: 미국 플로리다 주 남서부 끝 섬. 작가 헤밍웨이가 살던 집이 보존되어 있다. 처럼 서ㅗ천

바람 속 시간 2025.05.10

어떤 죽음

오스트리아의 황제 도시 빈의 한 아파트에서모녀가 하늘나라로 부름을 받았다고 하는데꽃가마라도 타고 간 게 아니라나라 이름 무색하게 생판 굶어서 그리되었고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도 모르고 지났다지 쨍쨍한 햇살 아래 그림자가 더 짙고기쁨 속 슬픔이 더 섧다더니수많은 나날 서로 등 비비고 살면서눈길 한번 맞추지 못하는 이 번듯한 세상함께 긴긴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빈의 숲속 나무들에게 찬찬히 들어볼 일이다.

바람 속 시간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