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 해안 불타는 땡볕 아래
촌로의 찌푸린 이맛살처럼
길게 늘어져 굽은 골목길
허리춤으로 스미는 햇살과
가슴팍을 메우는 마파람에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정적도 외로움을 앓는지
그림자 길게 늘어뜨리고
소리 없이 흐느끼는데
집들은 모두 기지개를 켜고
체념보다 무거운 침묵을 덮고 누웠다
이다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혹 헤밍웨이의 인기척이라도 묻혀 올까
쫑긋 귀를 세워보는 한여름의 오후
언제 다시 바닷바람 불어올지
조금도 가늠하지 못한 채
키웨스트의 골목길은 텅 비어 있다.
* Key West: 미국 플로리다 주 남서부 끝 섬.
작가 헤밍웨이가 살던 집이 보존되어 있다.
처럼 서ㅗ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