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발걸음으로

잠 못 이루는 밤

조두환 2022. 3. 26. 16:31

내일을 위해선

오늘 꼭 자 두어야 한다는

명제가 생긴 뒤부터

잠을 이루지 못한다

 

까맣게 잊었던 사건들이

대양의 원양어선처럼

순서 없이 밀려 와

그물을 치면서 나를 고문한다

 

희망없는 꿈은 낚이지 않는다는

확신으로 반복되던 확신들이

그물 틈새로 빠져나가

어제의 일들까지 불러 모아

내일로 흐른다

 

언제부터인지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

나의 나

고국의 그리운 얼굴들 덕분으로

겨우 얻은 새우잠

곧 새벽이 밝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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