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발걸음으로

알자스 문턱에서

조두환 2022. 3. 26. 16:46

스위스, 독일, 프랑스

세 나라가 팔짱 낀 채 흐르는

라인 강가 작은 도시 생 루이*

지도판 위에서

손가락 더듬어 가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넘나드는

국경의 도시

 

독일이었다가

프랑스였다가

저 먼 신성로마제국의

말발굽소리까지 품어 안은 채

격동의 세월 속 진홍빛 한恨

모두 강물에 흘려 보냈으려니

 

외갓집 동네 길목에

줄지어 선 호롱불처럼

가물가물 서로를 밝혀주는

정다운 가로등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브앙 브뉘'* 상냥하게 보내는 미소

그런데 웬일로 집들은

모두 등 돌아 앉아있을까.

 

 

* St. Louis. 스위스 바젤에서 13km 떨어진 알자스의 도시.

* '환영합니다"라는 프랑스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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