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독일, 프랑스
세 나라가 팔짱 낀 채 흐르는
라인 강가 작은 도시 생 루이*
지도판 위에서
손가락 더듬어 가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넘나드는
국경의 도시
독일이었다가
프랑스였다가
저 먼 신성로마제국의
말발굽소리까지 품어 안은 채
격동의 세월 속 진홍빛 한恨
모두 강물에 흘려 보냈으려니
외갓집 동네 길목에
줄지어 선 호롱불처럼
가물가물 서로를 밝혀주는
정다운 가로등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브앙 브뉘'* 상냥하게 보내는 미소
그런데 웬일로 집들은
모두 등 돌아 앉아있을까.
* St. Louis. 스위스 바젤에서 13km 떨어진 알자스의 도시.
* '환영합니다"라는 프랑스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