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으로 와서
청년으로 떠나기까지
서로 마주한
별빛 같은 시간
교실 창가에서
언제나 우리를 지켜주던
선한 눈동자
임진왜란 때 적장 하나가
말을 매어두려고
등허리에 박았다는 대못 하나가
전설처럼 자라나 높이 올라서 있는데
우리의 아픈 가슴 쓰다듬어 주던
부드러운 손길은 야위어 가고
결 곱던 머리칼도 시들었다
아, 500년 비바람 말없이 견디며
늙은 몸 지팡이에 기댄 채
제자리 지키는 지성의 눈빛
황혼녘 별무리 모일 제
우리 얼굴 비춰 줄
작은 등불 하나 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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