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정동의 향나무

조두환 2022. 3. 21. 16:38

소년으로 와서

청년으로 떠나기까지

서로 마주한

별빛 같은 시간

교실 창가에서

언제나 우리를 지켜주던

선한 눈동자

임진왜란 때 적장 하나가

말을 매어두려고

등허리에 박았다는 대못 하나가

전설처럼 자라나 높이 올라서 있는데

우리의 아픈 가슴 쓰다듬어 주던

부드러운 손길은 야위어 가고

결 곱던 머리칼도 시들었다

아, 500년 비바람 말없이 견디며

늙은 몸 지팡이에 기댄 채

제자리 지키는 지성의 눈빛

황혼녘 별무리 모일 제

우리 얼굴 비춰 줄

작은 등불 하나 마주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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