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 졸업 50주년을 맞이하여
정동동산에 떠오른
신비로운 별무리를 보았는가
저 하늘 멀리서 날아 와
깊은 잠에 취해 있던
이 나라 이 민족에게
찬란한 새빛 펼치었나니
그 이름 배재학당이라
세상 깨우는 종소리
곳곳에서 듣고 달려 온
들꽃같은 정동의 소년들아
이 나라 최초의 배움터
이 나라 최초의 붉은 벽돌집
이 나라 최초의 운동장
이 나라 최초의 스팀난방
처음 부르던 찬송가
처음 드리던 기도
아, 우리는 시대를 선각하는
사명의 사람이 아니었더냐
欲爲大者 當爲人役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
우리의 배움과 가르침은
세상 살아가는 잔재주가 아니라
세상 구하는 진리였으니
갈고 닦은 큰 사람의 슬기
젊은 가슴에 깃발되어 펄럭이지 않았더냐
운동장 머리맡 회화나무와
교실 창가 향나무는
오늘도 하늘과 구름과 바람을 불러
역사의 길목을 지키고 있는데
둥지 떠난 새들이 제집 찾아오듯이
거친 세상살이 반세기만에
정동에 돌아 온 소년들아
새까맣던 머리에는 어느덧 흰서리 내리고
맑았던 눈가에는 잔주름 자꾸 깊어만 가니
모든 걸 사위게 하는 70성상 인생길
미처 새기지 못한 추억들을 시름하며
이제는 올만큼 왔으니 쉬어가도 되련만
너희 가슴 속 호랑이가 용납하지 않는가 보다
그래. 가는 길 험하고 가파를지라도
마음 속 비춰줄 등불같은 눈길 마주하면서
아, 한 걸음 또 한 걸음 힘차게 걸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