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이야기들 가슴에 담고
아침마다 세상소식 전해 주다가
주인님의 별난 취미 대로
이리저리 잘려 나온 자투리 신세
화단 속 꽃들처럼 한군데 모여 있다가
짬이 나면 택함 받아 누리는
커뮤니케이션의 기쁨
그 순간을 기다리며
컴컴한 서가에서 이리저리 뒹구는 동안
몸뚱이는 어느새 누렇게 변해가는 때
운 좋게 주인님의 해외 여행길에 따라 나서며
뒤늦은 호사를 누리게 되었나
그 이후 보내진 이역만리 호텔방 휴지통
느닷없이 꼬부랑 낯선 형제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리사이클링 행로가 훤히 트인 이 선진국에서
목이 터져라 부르던 국제 친선의 노래
지나는 길가 가로수들도 손을 흔들며 맞아주네
나무로 태어나 종이로 살다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우리의 환생길
내세에는 무슨 종이로 태어나 무슨 활자의 옷을 입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