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환의 시

11월의 기도

조두환 2022. 3. 5. 17:13

노루꼬리 햇살 무겁게 내려앉은 들판에서

거친 바람결에 이파리 모두 잃고 부르르 몸을 떠는

나무들의 마지막 사푼거림

외톨박이 겨울 나그네가

먼 여행길 보따리를 꾸리는 계절

 

여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우는 시월이나

저무는 한 해의 장막 속에 묻히는 십이월에 비해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회색 노인의 한숨같은 십일월

'모든 게 아직 다 사라지지 않은 달'이라 일컷던

인디언의 지혜가 가슴에 종을 울린다

 

모든 걸 잃었어도 더 큰 희망을 위해서는

견디고 이겨내야 할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고마운 순간들에 대한 감사의 달

누린 즐거움과 눈앞의 차가운 현실을 낱낱이 헤야려

더욱 꿋꿋이 딛고 걸어가야 할 징검다리 계절

겨울의 강을 안전하게 건너는 소중한 시간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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