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꼬리 햇살 무겁게 내려앉은 들판에서
거친 바람결에 이파리 모두 잃고 부르르 몸을 떠는
나무들의 마지막 사푼거림
외톨박이 겨울 나그네가
먼 여행길 보따리를 꾸리는 계절
여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우는 시월이나
저무는 한 해의 장막 속에 묻히는 십이월에 비해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회색 노인의 한숨같은 십일월
'모든 게 아직 다 사라지지 않은 달'이라 일컷던
인디언의 지혜가 가슴에 종을 울린다
모든 걸 잃었어도 더 큰 희망을 위해서는
견디고 이겨내야 할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고마운 순간들에 대한 감사의 달
누린 즐거움과 눈앞의 차가운 현실을 낱낱이 헤야려
더욱 꿋꿋이 딛고 걸어가야 할 징검다리 계절
겨울의 강을 안전하게 건너는 소중한 시간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