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환의 시

어느 외로운 날

조두환 2022. 2. 12. 14:51

먹구름이 주저앉은 도시 빌딩가

좁고 어두운 하늘아래

검은 바람이 분다

길가의 집과 사람들이

고광도 불빛 아래 환히 드러나는 때

모두가 낯익은 것들이지만

모두가 나와는 무관하다

나는 여전히 외롭다

 

상점가 모퉁이에서 걸어 나오는

나와 똑같은 코트를 입은 중년 남자

나와 똑같은 스마트폰을 꺼낸다

알 수 없는 우연에 놀라서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손을 넣지만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두가 나와는 무관하다

나는 여전히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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