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람
후고 폰 호프만스탈
여인은 잔을 손에 쥐었다
- 그녀의 턱과 입은 잔의 가장자리와 같았다 -
어찌나 그녀의 걸음걸이가 사뿐하고 가지런했던지
술은 한방울도 잔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사나이의 손은 아주 가볍고 억세었다
그는 새파랗게 젊은 말등에 올라타고
우악스런 동작으로 세차게 몰아쳐
말이 서리치며 멈춰서게 했다
하지만 그가 그녀의 손에서
가벼운 술잔을 받아야 했을 적엔
그 일이 두사람에겐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들의 손이 너무나도 흔들렸기에
서로 닿을 수가 없었다
하여 짙은 포도주가 땅바닥에 뒹굴고 말았다.
Die Beiden
Hugo von Hofmannsthal
Sie trug den Becher in der Hand
- Ihr Kinn und Mund glich seinem Rand -,
So leicht und sicher war ihr Gang,
Kein Tropfen auf dem Becher sprang.
So leicht und fest war seine Hand:
Er ritt auf einem jungen Pferde,
Und mit nachlaessiger Gebaerde
Erzwnag er, dass es zitternd stand.
Jedoch, wenn er aus ihrer Hand
Den leichten Becher nehmen sollte,
So war es beiden allzu schwer:
Denn beide bebten sie so sehr,
Dass keine Hand die andre fand
Und dunkler Wein am Boden rollte.
* 해설
잘 다듬어진 감각과 풍부한 음향미를 바탕으로 한 맑은 시각이 지배하고 있는 시. 두 사람, 즉 남자와 여자의 만남을 객관적 대상으로 관찰하는 시인의 눈길이 느껴진다. 시는 3연 14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11행 다음에 오는 복부점(:)을 기준으로 나누어 본다면, 소네트 형식이다. 운율 구조를 살펴보면, 1연은 aabb의 두 개의 쌍운(Paarreim)으로 이루어져 있고, 2연은 acca로 포옹운(Umschließender Reim), 마지막 3연은 adeead의 두개의 십자운(Kreuzreim)으로 되어있다.
1연은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고 있다. 술잔은 여인의 모습을 암시하며, 둥근 잔은 수용의 미덕을 생명으로 하는 여성의 덕성을 나타내고 있다. 여인은 움직이지만 술이 술잔에서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우면서도 다소곳한 모습이다.
2연은 남성의 거칠고 때로는 방자한 모습을 묘사한다. 즉 1연과 대립되는 건장하며 우악스런 남성의 특성, “leicht und fest”, “jungen Pferde”, “nachlässiger Gebärde” 등이 그러하다. “Erzwang er, dass es zitterend stand”처럼 말을 거칠게 다루다가, 반대로 느긋한 몸짓을 보여주는 등, 제멋대로 마구 행동하는 모습이다. 그에 따라 시행도 흔들대는 리듬이다. 한 쌍운이 다른 쌍운에 의해 느슨하게 에워싸이는 포옹운으로 두개의 남성 시행 끝 사이로 두개의 여성적 시행 끝에 들어가 있다.
3연은 1연의 여인과 2연의 남성이 만남을 표현한다. 두 사람의 행동은 위에서 ‘leicht'라는 표현으로 일치했었지만, 만남 속에서 ’schwer'로 느낀다. 만남의 중심은 바로 '손 Hand' (1,5,9행)이다. 사람이 처음 만나면 악수로 부터 시작되지 않던가. 그러나 어느 손도 다른 손을 찾지 못한다. 너무나도 흔들리고 떨렸기 때문이다. 인간의 참 만남이 간절히 요구되는 국면에서 안정되지 못하여 서로를 발견하지 못한 채, 만남은 실현되지 못하고 술잔의 포도주는 흘러 땅바닥에 뒹굴고 만다. 아마도 이것이 기승전결의 아름다운 진행을 보여주는 소네트 형식(4-4-3-3)을 외형적으로 기피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시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과 강인하고 우악스러운 남성(기사)의 모습을 잘 대조시키고 있다. 아름다운 여인과 강건한 기사의 만남.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헤어진다. 이 안타까운 심정을 불완전한 형식을 쓰면서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것이 더욱 큰 시의 묘미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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