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처
에리히 프리이트
게으른 놈들을 없애버리면
세상은 부지런함으로 넘치리
못생긴 놈들을 없애버리면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넘치리
멍청한 놈들을 없애버리면
세상은 현명함으로 넘치리
병든 놈들을 없애버리면
세상은 건강으로 넘치리
슬퍼하는 놈들을 없애버리면
세상은 기쁨으로 넘치리
늙은 놈들을 없애버리면
세상은 젊음으로 넘치리
대적하는 놈들을 없애버리면
세상은 우정으로 넘치리
악한 놈들을 없애버리면
세상은 선함으로 넘치리.
Die Maßnahmen
Erich Fried
Die Faulen werden geschlachtet
die Welt wird fleißig
Die Häßlichen werden geschalchtet
die Welt wird schön
Die Narren werden geschlachtet
die Welt wird weise
Die Kranaken werden geschlachtet
die Welt wird gesund
Die Traurigen werden geschlachtet
die Welt wird lustig
Die Alten werden geschlachtet
die Welt wird jung
Die Feinde werden geschlachtet
die Welt wird freundlich
Die Bösen werden geschlachtet
die Welt wird gut.
* 해설
1959년에 쓰인 시. 1921년 5월 6일 빈에서 태어난 시인은 1938년 히틀러의 학정을 피해 런던으로 이주, 1946년 이후부터 집필생활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였다. 1952년부터 1968년까지는 BBC 방송 독일소련점령지역 프로그램의 해설자로도 일했다.
이 시에서는 무엇보다도 ‘양자택일 Entweder-0der’의 단순이분법논리가 강조된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진지한 햄릿적 사고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비인간적인 무모한 흑백논리 또는 획일주의 의식, 그에 대한 반어적 비판의식이 시의 중심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눈길을 떼지 않는 혐의의 대상은 다름 아닌 아돌프 히틀러. 인류사에 있어서 큰 죄악을 저지른 전체주의적 독재와 유태인 학살, 그에 대한 정신적 투쟁은 인간의 순수하고 진실한 모습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과 같다.
‘조처’는 마땅한 대책이 아니라 맹목적 수단이다. 그런 비극적 수단의 대상들은 특정한 지칭을 통한 개성 대신, 형용사의 명사화를 통한 공통성향의 군집체라는 점도 그런 의도 하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2행 8연으로 이루어진 시. 각 행의 구조가 일정하다. 무언가 획일적이다. 접속사가 한군데도 쓰이지 않았다. 단절과 고립을 은연중에 암시한다. 그런 형식이 단순의도화된 내용의 전개과정에 있어서 풍자와 기교를 돋보이게 한다.
1988년 세상을 떠났다. 시, 소설, 방송, 오페라 텍스트, 번역물 등 상당한 양의 출판물을 남겼다. 시집들로는 『독일 Deutschland』(1944), 『돌들의 왕국 Reich der Steine』(1963), 『경고시 Warngedichte』(1964), 『심사숙고 Überlegung』(1965), 『그리고 베트남 그리고 und Vietnam und』(1966), 『논쟁 Anfechtung』(1967), 『도피로부터의 해방 Befreiung von der Flucht』(196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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