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덱
게오르크 트라클(조두환 역)
저녁엔 가을 나무들이 울어댄다
죽음을 물들이는 무기와 황금빛 평야
저 깊은 푸른 호수, 그 위론 태양이 더욱 침울하게
구른다. 밤이 에워싸는
죽어가는 전사들, 그들의 깨진 입에서 터져 나오는
저 거친 탄원소리.
그러나 버드나무의 뿌리에 조용히
성난 신이 살고 있는 붉은 구름떼가 모인다
쏟아지는 피, 달빛의 싸늘함.
모든 길은 모여서 검게 무너져 내린다
밤의 황금빛 가지들과 별들 아래
침묵에 잠긴 작은 숲에선 누이동생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죽은 영웅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피 흘리는 머리들,
그리고 가을의 어두운 피리소리가 포근하게 갈대 속에 울려 퍼진다
오 자랑스러운 슬픔이여! 그대 청동의 제단이여.
정령의 뜨거운 불길이 오늘의 엄청난 고통을 키운다
태어나지 않은 자손이여.
Grodek
Georg Trakl
Am Abend tönen die herbstlichen Wälder
Von tötlichen Waffen, die goldnen Ebenen
Und blauen Seen, darüber die Sonne
Düster hinrollt; umfängt die Nacht
Sterbende Krieger, die wilde Klage
Ihrer zerbrochenen Münder.
Doch stille sammelt im Weidengrund
Rotes Gewölk, darin ein zürnender Gott wohnt,
Das vergossne Blut sich, mondne Kühle;
Alle Straßen münden in schwarze Verwesung.
Unter goldnem Gezweig der Nacht und Sternen
Es schwankt der Schwester Schatten durch den schweigenden Hain1,
Zu grüßen die Geister der Helden, die blutenden Häupter;
Und leise tönen im Rohr die dunkeln Flöten des Herbstes.
O stolzere Trauer! ihr ehernen Altäre,
Die heiße Flamme des Geistes nährt heute ein gewaltiger Schmerz,
Die ungebornen Enkel.
*
잘츠부르크 출생, 1914년 가을. 처참한 전쟁 후 쓰인 처절한 감각의 시. 격전지 이름을 제목으로 삼았다. 같은 해 시인은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11월 3일과 4일 밤 사이에 크라카우 위수병원에서 2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가을 나무숲-죽음을 물들이는 무기-황금빛 평야/저 깊은 푸른 호수-죽어가는 전사들-그들의 깨진 입에서 터져나오는/저 거친 탄식소리"가 시의 주제를 이끌고 가는 키워드라고 하겠다. 인류의 엄청난 비극과 희생 속에 숨어 있는 개인의 고통, 근친상간의 죄과에 따른 비극적 운명의 상징인 누이동생의 그림자가 나타난다. 한없는 몰락 가운데 한가닥 희망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은 자손"을 통해 구가되는 원초성에로의 복귀였으리라. 새로운 인간을 위한 간절한 희구로서.......
'독일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라 키르쉬의 <검은콩> (0) | 2020.06.16 |
---|---|
요하네스 보브롭스키의 <평야> (0) | 2020.06.15 |
요젭 폰 아이헨도르프, <황혼> (0) | 2020.05.27 |
에리히 프리이트, <조처> (0) | 2020.05.26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 (0) | 2020.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