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야
호수
그 호수
가라앉은
둑. 구름아래
두루미, 새하얗게, 반짝이며
유목민들의
수천 년. 바람 타고
나는 산에 올랐네.
여기서 살리라. 사냥꾼이던
이 몸을 풀이
받아주었네.
풀이여, 말하는 걸 가르쳐 주렴
돌이여, 죽는 법과 듣는 법을,
오래토록, 또한 말하는 걸 가르쳐 주렴
물이여, 머무는 법을 가르쳐 주렴
그리고 바람이여, 왜냐고 묻지는 말아주렴.
Ebene(Johannes Bobrowski)
See.
Der See.
Versunken
die Ufer. Unter der Wolke
der Kranich. Weiß, aufleuchtend
der Hirtenvölker
Jahrtausende. Mit dem Wind
kam ich herauf den Berg.
Hier werd ich leben. Ein Jäger
war ich, einfing mich
aber das Gras.
lehr mich reden. Gras,
lehr mich tot sein und hören,
lange, und reden, Stein,
lehr’ du mich bleiben, Wasser.
frag mir, und Wind, nicht nach.
<해설>
1963년 발표된 시. 음악적인 가락과 상징성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 의미의 서정성보다는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간결한 3연의 시 속엔 무언가를 암시하기 보다는 어떻게 보여 질 수 있는가에 시인의 호소력이 담겨 있다. 시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순간촬영’에 입각한 사실성과 새로운 자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유목민들의 /수천 년”(6~7행)을 통하여 여러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고향의 지리적, 역사적 현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풍경을 소재를 애향심과 외세통치 사이에 가로 놓인 감정대립같은 역사적 차원의 문제들을 폭로적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유라시아 토착 조류인 ‘두루미’는 박해받는 민족을 상징한다. 배경이 되는 흰빛, 구름 바람 한계초월, 무윤곽, 단일성, 원초성 등이 신화적 정감으로 만난다. 그것은 낭만주의에서 말하는 순수자연이라기 보다는 역사의식을 담은 ‘자연 역사시 Naturgeschichtgedicht’의 개념으로 정립된다.
봅브롭스키는 1917년 4월 9일 독일 리타우엔, 오래전부터 러시아인과 유태인들이 모여 사는 국경지대 메멜 강변의 틸싯에서 태어났다.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에서 예술사를 공부하던 중, 전투에 참가, 소련군포로생활을 하고, 귀환 후인 1949년 동베를린 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하다. 그의 시적 고향은 게르만 문화와 슬라브 문화가 만나는 샤르마티아 지역. 대부분의 시들은 신화가 깃들어 있는 회상의 증거물이며, 그의 산문들은 고향의 삶을 형상화하고, “탐색하는 묘사”의 형식으로 인간생활의 특이한 것과 설명할 수 없는 사실들에 접근한다. 1965년 9월 2일 베를린에서 사망하다. 시집: <사르마티아 시대 Sarmatische Zeit>(1961), <어둠의 땅, 강 Schattenland, Ströme>(1962), <기상예보 Wettrerzeichen>(1966)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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