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우강 춤추는 물결 위로
황금 빛살 뿌리는
화려한 바로크 궁전이
하늘뜨락으로 거듭났다
높은 것이 내려놓는 겸손 보다
더 높아지는 낮은 것이 있으랴
움베르토 에코의 눈길 살아 있는
수도원 종탑 아래엔
위선을 거둬내며 성스러이 부르던
장미의 이름이 휘날린다
동구밖 작은 집 문간에
소롯이 피어난 장미넝쿨이
어느새 기적처럼
소리없이 지나가는
내 가슴에 새겨져 있다.
* Melk: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는 길목의 작은 도시. Umberto Eco(1932~2016)의
소설 <장미의 이름>의 무대가 된 수도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