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 시간

멜크*를 지나며

조두환 2025. 5. 3. 16:44

도나우강 춤추는 물결 위로

황금 빛살 뿌리는

화려한 바로크 궁전이

하늘뜨락으로 거듭났다

 

높은 것이 내려놓는 겸손 보다

더 높아지는 낮은 것이 있으랴

움베르토 에코의 눈길 살아 있는

수도원 종탑 아래엔

위선을 거둬내며 성스러이 부르던

장미의 이름이 휘날린다

 

동구밖 작은 집 문간에

소롯이 피어난 장미넝쿨이

어느새 기적처럼

소리없이 지나가는

내 가슴에 새겨져 있다.

 

 

* Melk: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는 길목의 작은 도시. Umberto Eco(1932~2016)의

소설 <장미의 이름>의 무대가 된 수도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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