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연방공화국의 으뜸도시 베른
연방국회 의사당, 그 거창한 이름에 비해선
모든 게 보잘 것없는 한낱 이웃학교 강당쯤인데
작고 좁다란 길
그 뒤로 또 작은 언덕길
'아레 강' 훨씬 아래로 죽 내려가
돌팔매처럼 눈길을 세워 올리면
보이지 않던 작은 것들
큰 위엄으로 되살아 나고
골짜기 위로 높이 치솟은
우람한 수직의 질서
장관이 아닌가
마음이 작고 가난한 사람들에겐
작은 의사당이 그렇게도 편안한 곳이라던가
모두가 이마를 맞대고 의논하기에 좋고
권력을 다투고 휘두르지 않으니
소리 질러 싸울 필요도 없고
남의 가슴 아프게 하지 않아도 되지 않던가
광장 앞에선
매주 한 번씩 야채시장이 열리는데
지저분하다 시끄럽다 탓하는 사람도 없고
겉모양이나 체면 보다는 시민 한사람 한사람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사랑으로
조용하고 당당하게 우뚝 서 있는 나라
그래서 스위스는 작지만 큰 나라라고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