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옮기면
기적처럼 열리는 색깔잔치
그뿐이랴
프레임과 라인이 맞닿은
구도의 한복판 참 형상이
동공 틈새마다 감격을 안긴다
안젤리코, 모네, 세잔느, 클레, 피카소
실눈 뜨고 가늠하는 예술가의 꿈과
사랑으로 가슴을 닦는 관람객의 손길이
손잡고 이웃하는 공간
빛들은 이제 현란한 비파소리 되어 흐른다
홀안 한 구석에는
대가의 붓질을 사모하며
스케치에 빠져 있는 젊은 여인들의
흔들리는 어깨와 등허리 사이에서
감탄의 숨소리가 터져나오는데
이제 그림 따라 눈길이 옮겨가는지
그림이 눈앞을 스쳐가는지 모를 때쯤
모두가 마음보다 커다란 기쁨 가슴에 안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