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해놓고도
미심쩍고 답답하여 꾸물대기 일쑤다
잊지 않으리라 애써 다짐한 것들도
잠시 돌아서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럭저럭 쌓아놓은 지식들도
기억의 창고에서 쉽게 꺼내 쓰지 못한다
젊은 날 번뜩이던 지혜와 배짱은
낡은 기왓장처럼 부서져 가는데
쑥쑥 커가는 젊은이들을 곁눈질하며
겨우 발걸음을 맞추어 나가면서
젊었을 때 일들을 변명삼아 덧붙여 보지만
들어주는 사람도 없다
예전에 사치로 즐기던 고독이란 것도
이젠 진저리가 나 털어버리려 하니
순간순간 숨 막히는 장벽 앞에서
촌색시처럼 빨개지는 얼굴
늙어가는 게 땅거미 지는 것처럼 싫다
아쉽고 답답한 하루를 보내며
잊으려 해도 잊지 못하는 일들로
점점 길어지는 이상한 밤이 또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