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시

프리드리히 헵벨의 <가을모습>

조두환 2020. 10. 5. 18:31

난생 처음 보는 가을날이다!

바람 잔잔하고, 인적조차 사라졌는데

여기저기 모든 나무에서

바스스 떨어지는 아름다운 열매들

 

오 가만히 놓아두려 마. 자연의 축제이려니!

스스로 행하는 가을걷이 아니더냐

보드라운 햇살 머금고 떨어져

오늘에야 가지에서 풀려나는 것 아니랴.

 

Herbstbild (Friedrich Hebbel)

 

Dies ist ein Herbsttag, wie ich keinen sah!

Die Luft ist still, als atmete man kaum,

Und dennoch fallen raschelnd, fern und nah,

Die schönsten Früchte ab von jedem Baum.

 

O stört sie nicht, die Feier der Natur!

Dies ist die Lese, die sie selber hält,

Denn heute löst sich von den Zweigen nur,

Was vor dem milden Strahl der Sonne fällt.

 

 

*

순수하고 온화한, 그리고 성숙한 가을을 정결한 언어감각으로 표현하고 있는 고전주의 문학의 특성을 지닌 시. 프리드리히 헵벨(1813~1863)은 독학으로 문학에 입문하여 어린 시절부터 조용한 자연관찰과 내면 성찰의 탁월한 감각을 살리는 시인으로 성장했다. 그리하여 신성한 세계관을 형이상학적 명상과 더불어 무한한 상상력으로 확대시켰다. 시의 정조는 맑고 밝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우울한 쇠락의 정감보다는 명랑하고 느긋한 여유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인간-자연-운명의 관계를 조밀하게 반영시키고 있다. 그는 주로 희곡작품에서 작가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