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시

테오도르 슈토름의 <바닷가>

조두환 2020. 10. 4. 14:21

갈매기 나는 바닷가에

어둠이 스며든다

축축한 모래톱 위로

저녁노을이 반짝인다

 

잿빛 날개 휘저으며

물가로 날아드는 새들

바다 위 안갯속

꿈꾸듯 서 있는 섬들

 

부글대는 갯벌 창의

신비스러운 소리 들리고

외로운 새 울음소리 -

언제나 그랬었지

 

다시 한번 서리 치는 바람

이제는 잔잔해졌다

저 깊은 골짜기 넘어

들려오는 소리.

 

Meeresstrand (Theodor Storm)

 

Ans Haff nun fliegt die Möve,

Und Dämmerung bricht herein;

Über die feuchten Watten

Spiegelt der Abendschein.

 

Graues Geflügel huschet

Neben dem Wasser her;

Wie Träume liegen die Inseln

Im Nebel auf dem Meer.

 

Ich höre des gärenden Schlammes

Geheimnisvollen Ton,

Einsames Vogelrufen -

So war es immer schon.

 

Noch einmal schauert leise

Und schweiget dann der Wind;

Vernehmlich werden die Stimmen,

Die über der Tiefe sind.

 

*

1854년 포츠담에서 쓴 풍경 시. 19세기 서정시 중 손꼽히는 작품이다. 시 전편에 고향을 그리는 슈토름 특유의 서정이 담겨 있고, 향수 이면에는 순수한 예술적 형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길이 스며 있다. 시작과 끝이 없는 무한의 단면, 밤의 장막이 드리우면 무한한 고요함으로 빠져드는 시간, 그리하여 모든 것이 깊은 신비에 휩싸여 모습을 감춘 채 그 무한함 속에 존재한다. “가래기 나는 바닷가”(1행)로 시작되어 “저녁노을”과로 이어지는 시각적 인상으로부터 "부글대는 갯벌 창의/신비 가득한 소리"(9~10행)와  “외로운 새 울음소리”(11행) 등 감각적 인상들이 평온이라는 꿈과 같은 현실 속에 영원한 삶으로 되살아난다.

테오도르 슈토름(1817~1866)은 변호사로 일하면서, 북독의 해변가의 고향 풍경을 배경으로 한 많은 작품을 썼다. 우수 어린 고독, 꿈 등 과거로 향한 내면세계의 탐구에 주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