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시

니콜라우스 레나우의 <갈대의 노래>(5)

조두환 2020. 9. 28. 14:04

연못 위, 잔잔한 물에

고운 달빛 비치는 세상

갈대의 푸른 왕관 속에 스미는

애련한 빛은 장미 꽃 모양

 

저 건너 언덕 위를 거니는 사슴들

어두운 밤하늘을 우러러 본다

새들은 때때로 날개 파닥이며

꿈에 젖어 갈대 속을 헤맨다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떨구는 눈길

내 마음 깊이 스쳐 지나는

그대 그리는 감미로운 생각은

고요한 밤의 기도이어라!

 

Schiflied(5) (Nikolaus Lenau)

 

Auf dem Teich, dem regungslosen,

Welt des Mondes holder Glanz,

Flechtend seine bleichen Rosen

In des Schilfes grünen Kranz.

 

Hirsche wandeln dort am Hügel,

Blicken in die Nacht empor;

Mancnmal regt sich das Geflügel

Träumerisch im tiefen Rohr.

 

Weinend muß mein Blick sich senken;

Durch die tiefste Seele geht

Mir ein süßes Deingedenken

Wie ein stilles Nachtgebet!

 

 

*

4행 3연의 시. 십자운이다. 시든 장미를 바라보며 가을의 애처로운 갈대숲을 노래하며 자연의 모습을 잔잔한 눈길로 바라본다. 자연의 이미지는 이미 시인의 마음이 되었다. 지난 시간으로 치닫는 추억, 아련한 꿈, 낭만적 무한함이 깊은 영혼과의 만남 속에 깃들어 있다. 그것은 “밤 기도” 속에 승화된다. 경건한 정신의 승리가 느긋한 마음이 달빛처럼 밤하늘에 퍼지는 이미지로 비친다. 그 뒤 내면의 세계에는 우울한 공상, 거센 폭풍이 깃들어 있고, 그의 서사적으로 서술하고자 하는 낭만주의적 소재 속에 잔잔히 스며있다.

니콜라우스 레나우(1801~1850)는 헝가리 테메쉬바에서 태어나 독일 슈바벤 지방 튀빙겐에서 살았다. 그의 시는 낭만주의 정조에 깊이 물들어 있다. 초원, 가을 숲, 고요한 호수, 이별, 죽음, 환멸 등을 노래하면서 내적 평화와 조화를 그리워한 시인은 우수와 감상적 열정으로 ‘세계고’를 담아내어 강한 낭만성에 고전성을 가미한 이색적인 시인의 길을 걸었다. <시집 Gedichte>(1982), <신시집 Neuere Gedichte>(1838) 과 다수의 운문서사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