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발걸음으로

베드로 성당에서

조두환 2022. 4. 5. 15:55

사람의 지혜가 하늘에 닿을까

부챗살 추녀 밑에 스민

휘둥그런 미소

미켈란젤로의 '천사'가

날마다 살아서 빛으로 내려오는 곳

무슨 고백을 하기 위하여

어두운 대리석에 발을 딛고

그리도 오래 서 있는 걸까

 

가야바*의 뜰에서

닭이 울기 전 세 번 부인하리라던 예언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은 배반의 사람

그러나 회개 위에 회개를 포개며

진정 가슴을 울리던 그처럼

넘어지고 넘어지면서

푸른 나래 펼치며

우리도 다시 바로 설 수 있을까.

 

 

* Caiaphas. 기원 18~36의 유다 대제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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