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에 드리운 침묵
거친 역사도 깊은 숨을 고른다
공원 자드락길에 틔운
'정의의 오솔길'엔
검은 공포 속에서 살아난
하얀 가슴들이
깃발처럼 나부낀다
적막을 깨던 발걸음 하나하나를
시로 품어 노래가 되게 한
게오르크 트라클의 어두운 환희들이
대리석 돌판 위에서 자라나
향긋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한줄 한줄 목소리에 담아보려니
어느새 지상으로 올라 오는
시인의 발자국소리 들린다
흩날리는 눈발 아래
춤추며 노래하던 분수도 멈추었다
촘촘이 길목을 지키고 있는 낯익은 석상들
멀대같이 서 있던 목양신 하나가
멍한 눈 껌벅거리며
사라져가는 그림자를 쫓는다.
* 미라벨 공원: 잘츠부르크 시내에 있는 17세기 바르크 공원. 경내에는
이곳 출신의 시인 Georg Trakl의 같은 제목의 시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