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헤밍웨이 하우스에서

조두환 2022. 3. 15. 14:37

하늘 같은 땅

야자수 그늘 아래

출렁이는 바닷바람

여기는 아메리카 대륙의 새끼손가락

플로리다 키웨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삶이 머문 곳

 

잠깐 선술집에 내려갔을까

산책 나간 채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그를 기다리며

집안 구석구석을 찬찬히 돌아보노라니

망망대해에 작은 삶 풀어 놓고 도전하던

노인의 거친 숨소리 들려온다

 

미처 다하지 못한 사랑

여섯 발톱 가여운 묘공猫公에게

아낌없이 쏟으며

모든 시간을 영원에 꽁꽁 묶어 세운

뜰안 고양이묘지 앞에서

사라지지 않을 신성한 세상을 본다

 

그가 꿈을 키우던 서재에 앉아

하늘을 보니

마음이 바다가 되어

눈앞의 일이 다 그럴 수 있으리라

파도처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동그라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라벨* 공원  (0) 2022.03.19
눈속의 잘츠부르크  (0) 2022.03.19
그랜드케이먼 섬  (0) 2022.03.15
마른 바람  (0) 2022.03.15
병상일지  (0) 2022.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