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발걸음으로

상 마르코 광장*

조두환 2022. 4. 5. 17:52

결코 기울지 않으리라던

자존의 도시

고딕 기둥 위에 걸터앉은 둥근 지붕

그 안에서 반짝이는

금빛 모자이크

그 영광 찬란하구나

 

해가 갈수록

조금씩 가라앉는다는 도시는

옛 상선들의 물길마저 사라지고

정령들이 숨어 노닐던

저 너른 바다에는

고대 그리스 비잔틴과 콘스탄티노플

격정의 세월들이 고갸 숙인 채

파도에 쓸려다니며 슬픈 울음을 우나

 

청동마 네 마리가

한결같이 버티고 있는

정문 입구에는

끼룩끼룩 구구 비둘기 떼 우는 소리

사람들과 날짐승들이 모여

서로가 누구인지 모를 저녁이 되면

이상한 축제를 벌인다

 

구름 같이 몰려오는 물결이

바닷바람에 몸을 적시며

무거운 밤의 크기를 계량하는가

성 마르코의 유체가 아프게 느껴지는

광장의 시간

베네치아 온 천지는

침묵하던 바다의 비밀을 터뜨린다. 

 

 

* 830년 대 마가의 시신을 알렉산드리아로 운반해 오면서 건립된 성당이

있는 광장. 콘스탄티노플 사도교회를 모델로 한 십자가 형태, 중앙의 둥근

천장과 십자가 네 가지에 네 개의 둥근 천장을 올렸다. 성 마가의 순교

기념 외에 왕정 예배당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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