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기울지 않으리라던
자존의 도시
고딕 기둥 위에 걸터앉은 둥근 지붕
그 안에서 반짝이는
금빛 모자이크
그 영광 찬란하구나
해가 갈수록
조금씩 가라앉는다는 도시는
옛 상선들의 물길마저 사라지고
정령들이 숨어 노닐던
저 너른 바다에는
고대 그리스 비잔틴과 콘스탄티노플
격정의 세월들이 고갸 숙인 채
파도에 쓸려다니며 슬픈 울음을 우나
청동마 네 마리가
한결같이 버티고 있는
정문 입구에는
끼룩끼룩 구구 비둘기 떼 우는 소리
사람들과 날짐승들이 모여
서로가 누구인지 모를 저녁이 되면
이상한 축제를 벌인다
구름 같이 몰려오는 물결이
바닷바람에 몸을 적시며
무거운 밤의 크기를 계량하는가
성 마르코의 유체가 아프게 느껴지는
광장의 시간
베네치아 온 천지는
침묵하던 바다의 비밀을 터뜨린다.
* 830년 대 마가의 시신을 알렉산드리아로 운반해 오면서 건립된 성당이
있는 광장. 콘스탄티노플 사도교회를 모델로 한 십자가 형태, 중앙의 둥근
천장과 십자가 네 가지에 네 개의 둥근 천장을 올렸다. 성 마가의 순교
기념 외에 왕정 예배당으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