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발걸음으로

베네치아의 저녁

조두환 2022. 4. 5. 16:28

바람 빠진 풍선처럼

사람들의 물결 사라지고

비둘기 떼마저 떠나간

텅 빈 광장

 

운하를 가로지르는

리알토 다리*의 난간 사이로

반짝이던 태양

해바라기처럼

목을 빼고 기다리던

바람결도 손을 놓았다

 

번잡하던 한낮의 연ㅇ광들이

세상 먼지 다 씻어가버린

검푸른 물결 따라

밤으로 가는 저녁이

허허로운 모습으로 들어와

새로운 축제를 위한

오르페우스의 현을 켠다.

 

 

* 베네치아의 중심수로의 400여 개 다리 중  

중심을 이루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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