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히 기운 몸
홀로 버티고 서 있으면
힘들지 않느냐
자꾸만 물어 오지만
말없이 수행해야 할 사명으로
나는 더 없이 기쁘다
때가 차면 기울고 말
일월성신 순리 앞에서
흔들리는 지반을 붙잡고
태곳적 굳은 땅의 진실
세상천하에 밝히는
나의 빛은 찬란하다
해마다 기울어 가는
나를 보기 위해서
사람들은 내 앞에 모여
몸을 갸우뚱 사진을 찍지만
그래, 이왕이면 나는
억눌린 자, 넘어지는 자의
슬픔을 달래 줄
든든한 기둥이 되어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