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발걸음으로

바젤 파스나하트*

조두환 2022. 3. 27. 13:05

부활절로 가는 사순의 길목

절제와 고통의 시간에 들어가기 전 

마음껏 누리는 일탈의 시간

봄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이맘 때면

사람들은 귀신들까지 불러 모아

한 판 계획을 짠다

 

무거운 일상의 갑옷을 벗어내려면

귀신들의 마음을 달래고 얼러야 하는가

온 시내가 천방지축

모두가 방방 뛴다

기뻐서 뛰고

걱정돼서 뛰고

남이 뛰니까 뛰고

흩날리는 색종이마냥

모두의 마음들도 조각되어 뛴다

 

아니면 동물악대로 만나 

머리보다 더 큰 머리를 달고

가슴보다 더 넓은 가슴을 달고

북을 치며 간다

피콜로를 불며 간다

어릿광대의 서툰 웃음 지으며 간다

 

라인강 어귀의 정령을 만나려면

가슴의 북소리, 영혼의 피리소리

모두 하나로 만들어

다리 위에서 한참 기다려야 한다지만

자기 마음 속을 환히 들여다 볼 수 있기 전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을 때쯤

축제는 끝을 맺는다.

 

 

* Basel. 라인 강을 끼고 독일,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위스의 도시. 1833년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바젤란트와

더불어 스위스 연방에 가입했다. '파스(트)나하트'는 사순절

근신 기간에 들어가기 전 갖는 바젤의 전통적인 봄맞이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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