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환의 시

신도시

조두환 2022. 3. 6. 12:17

허허벌판 너른 터에 집들이 들어선다

산비탈 양지녘엔 아파트가 솟고

가장자리로 훤히 트인 둘레길

누군가의 머릿속 그림 대로

삶의 터전이 만들어진다

갈참나무 일색이던 오솔길에는

소나무, 잣나무, 자작나무가 자리를 잡고

대추나무, 살구나무, 산수유나무도 초대된다

어느 산 어느 골짜기 어느 물가에서 뽑혀 왔는지

잘 생긴 돌들이 길목마다 줄지어 있는데

아직 물길 흔적마저 지우지 못한 그대로구나

바람이 없다 하면

들녁에서 잠자던 녀석 깨워 데리고 오고

물이 없다 하면

당장 마당 한 가운데 연못도 파놓는다

도대체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 어디 있는가

마냥 크게 외치고 싶은 신도시 한마당에서

지친 삶을 내려놓고 세월을 쌓아 가는 사람들

회색빛으로 물들어 갈 도시 언저리에서

과연 언제까지 푸르름을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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