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의 효기孝氣가
산기슭 바람타고 내려와
풍경을 울리나
무심한 시간 속
아름다운 생명들은
꽃이 되고
수많은 인연들은
조약돌이 되어
소리 없이 세월을 지키나
대웅전 너른 마루턱
하늬바람결에
눈감으면 보이는 춤사위
"얇은 사沙 하이얀 고깔
사뿐히 나빌레라"(조지훈의 <승무> 중)
벼리고 벼린 시인의 입김이
수행자의 마음을 적실 때
시원히 터지는 죽비소리
시詩는 말言의 절寺이다.
* 용주사.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사찰. 854년 신라 문성왕 16년 창건.
소실 후 조선 정조 22년 복원. 시인 조지훈이 이곳에 머물면서 승무를
보고 동일 제목의 작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