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환의 시

용주사에서

조두환 2022. 2. 20. 18:11

누리의 효기孝氣가

산기슭 바람타고 내려와

풍경을 울리나

무심한 시간 속

아름다운 생명들은

꽃이 되고

수많은 인연들은

조약돌이 되어

소리 없이 세월을 지키나

 

대웅전 너른 마루턱

하늬바람결에

눈감으면 보이는 춤사위

"얇은 사沙 하이얀 고깔

사뿐히 나빌레라"(조지훈의 <승무> 중)

벼리고 벼린 시인의 입김이

수행자의 마음을 적실 때

시원히 터지는 죽비소리

시詩는 말言의 절寺이다.

 

* 용주사.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사찰. 854년 신라 문성왕 16년 창건.

소실 후 조선 정조 22년 복원. 시인 조지훈이 이곳에 머물면서 승무를

보고 동일 제목의 작품을 남겼다.

'조두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베의 저녁별  (0) 2022.02.21
고베에서  (0) 2022.02.21
새벽  (0) 2022.02.20
거울  (0) 2022.02.19
세상 나그네  (0) 202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