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보다 빠르다는
이체에* 초고속기차가
멈추기 위하여
토해내는 신음소리
찬물 끼얹은 듯
진저리치는 적막
풀다 역에 비가 내린다
차창에 고이는 빗물
연못처럼 찰랑이고
성당의 첨탑과
수도원의 종루
학문과 역사도 들어와
넘실댄다
게르만 용사들의
당당한 눈빛과 사랑 이야기들
수도사의 손끝에서
비늘처럼 되살아나
두런두런 풀어내는
중세기 천년의 꿈
차창에 햇빛 걸릴 때까지
도도히 흐른다.
* Fulda. 독일 중부의 도시. 중세 기사문학을 대표하는
<니벨룽의 노래>가 이곳 수도사에 의해 기술, 보존되고 있다.
* ICE=InterCity Express. 독일의 특급열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