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발걸음으로

레만 호*에서

조두환 2022. 4. 1. 18:50

세상 이름 모두

사람들처럼

남성, 여성, 중성으로 나뉘는

독일어의 낱말들

그 중에서 제에란 단어는

잔잔한 호수를 뜻할 때 남성이고

거친 바다일 때 오히려 여성이라서

항상 그 이유가 궁금했다

 

로잔에서 제네바까지

한 시간 넘어 기차를 타고 가면서

대양과 같은 호수를 보고는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떤 화가의 물감으로도

그려내기 힘들 하늘 너비 물빛

떠나는 것과 돌아오는 것

기쁨이나 슬픔 따위도

무심한 쪽빛 물살의 한가닥

 

저녁노을 번지고

조개구름 퍼질 때

호반의 레스토랑 테이블마다

마음과 마음들이

나라와 나라들이

정직하게 만나서

통크게 함께 흘러가는 곳

남성 호수와 여성 바다의

가늠 자체가 이제 가슴에 와 닿네.

 

 

* Lac Leman. 길이 195km, 면적 582km2. 초승달 모양을 한 알프스 산지

최대의 호수, 서쪽 끝 제네바에서 론 강에 의하여 배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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