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제 몸 되작이며 끊임없이 간다
갑작스런 일이 생겨도
더 서두르거나 늦추지 않고
하늘이 정해 놓은 간격대로
항상 똑같이 간다
시간은 묵언의 수행자
우리가 죽으면
그냥 멈춰 설 것 같지만
어둠 속에서도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서도
아무 말 없이 간다
시간은 순한 풀잎처럼
마음 대로 부릴 수 있는 것 같지만
순백의 꽃잎처럼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항상 마음은 하늘에 두고
제 홀로 가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