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환의 시

나를 벼리리

조두환 2020. 6. 23. 11:44

"불 앞의 밀초"처럼

언젠가 녹아 사라질 몸

한낱 거푸집에 지나지 않는다고

거듭거듭 말하면서도

내 안의 나를 보지 못하는

겉돌이 인생

 

알맹이는 모두 어디로 가고

껍데기만 가득한데

어느새 그에 길이 들어

날마다 아쉬워 우는

일엽편주 세상 나들이

 

영원을 살 몸이라면

“비탈로 쏟아지는 물 같이”

없어도 될 모든 욕망

모두 다 씻어버리고

나를 벼리리.

 

    * 미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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