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독일의 대표 문화상표
괴테의 동상도
정작 제 고향 추위 앞에서
온몸을 떨고 서 있다
독일에 머무는 부모에게 왔다가
서울로 되돌아 가는
아들을 전송하려고
이곳에 온 것이니
가장 두툼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 볼까
칼바람도 나오게...
새벽부터 날리던 성긴 눈발은
사랑하는 사람이 남기고 간
텅 빈 가슴 보다
더 차가운 겨울바람이 되어
괜시리 거리를 맴돌던 우리를
서둘러 집으로 가게 했다
바이로이트로 곧장 가는 기차는
두어 시간 기다려야 한다니
슈투트가르트와 울름을 지나
멀리 돌아가는 기차에라도
훌쩍 몸을 실었다
정확하기로 소문난 독일 기차는
오늘 따라 웬일인지
연착에 연착을 거듭하고
칼바람은 이 밤길에도 바싹 뒤쫓아 와
겨운 쇳소리로 추근대고 있는데
상냥한 독일 여승무원은
우리의 '어리석은' 우회에
'먼 산책길'이라 하며
웃음의 꼬리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