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발걸음으로

끊임없이 줄을 그으며

조두환 2022. 3. 23. 16:23

살아가면서

거미처럼

끊임없이 줄을 긋는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너와 나를 가르고

너희라는 이름으로

나와 너의 울타리를 두른다

 

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수많은 만남을 계획하고

수많은 헤어짐도 감행한다

그런 중에 마음 모진 자만이

의기양양 행복이라는

또 다른 줄을 긋는다

 

아, 그럴수록 한 복판에

우뚝 세워지는 나

고독은 빙빙 팽이처럼 돌고

총총 걸음으로 쓰러지면 알게 될까

우리가 그어놓는 줄이란

향수라는 동그라미뿐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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