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동그라미

조두환 2022. 3. 14. 17:32

혼례식장에 하객으로 갔다가

장례식장에 문상을 가야하는

바쁜 주말 오후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

생각아닌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강 건너 두 정거장이나 지나치고 말았다

 

저곳에서 이곳으로 되돌아 오면서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이

본디 한 구멍의 연기처럼 한 가닥이어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 한모금 마시며

낡은 세상 하나씩

망각의 늪에 던져버리는

레테 강*의 이별을 생각하면서

축하와 위로의 강을 넘나들던 나는

어느새 반듯한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었다.

 

 

 

레테강: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강 이름. 죽은 자가 저승으로 갈 때

 건너야 하는 다섯 강 중 하나로 이승과 저승의 단절을 상징한다.

 

'동그라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른 바람  (0) 2022.03.15
병상일지  (0) 2022.03.15
한여름 복날에  (0) 2022.03.14
삶의 여울목에서  (0) 2022.03.13
태풍 볼라벤  (0) 2022.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