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례식장에 하객으로 갔다가
장례식장에 문상을 가야하는
바쁜 주말 오후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
생각아닌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강 건너 두 정거장이나 지나치고 말았다
저곳에서 이곳으로 되돌아 오면서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이
본디 한 구멍의 연기처럼 한 가닥이어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 한모금 마시며
낡은 세상 하나씩
망각의 늪에 던져버리는
레테 강*의 이별을 생각하면서
축하와 위로의 강을 넘나들던 나는
어느새 반듯한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었다.
레테강: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강 이름. 죽은 자가 저승으로 갈 때
건너야 하는 다섯 강 중 하나로 이승과 저승의 단절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