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환의 시

덕수궁을 내려다 보며

조두환 2022. 1. 24. 18:00

드론 정찰비행을 하듯

휘휘 눈길을 굴린다

병풍처럼 사방을 두른

산봉우리마저 가로 막고 선

빌딩숲 꼭대기에서

쏘아대는 강렬한 날빛

궐의 으뜸 전각 중화전

황제의 기침 어소 함녕전

뒤뜰 정관헌 연회소가

낱낱이 눈에 밟힌다

 

잠시 눈을 감으면

어전 앞에 대신들이 나타나

부신 눈을 비벼대며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비밀에

울분을 토하고 있지만

어찌 바람같은 세월을 탓하랴

다시 눈을 뜨기 전

한낱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새 도로명 주소쯤 알아두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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