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정찰비행을 하듯
휘휘 눈길을 굴린다
병풍처럼 사방을 두른
산봉우리마저 가로 막고 선
빌딩숲 꼭대기에서
쏘아대는 강렬한 날빛
궁궐의 으뜸 전각 중화전
황제의 기침 어소 함녕전
뒤뜰 정관헌 연회소가
낱낱이 눈에 밟힌다
잠시 눈을 감으면
어전 앞에 대신들이 나타나
부신 눈을 비벼대며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비밀에
울분을 토하고 있지만
어찌 바람같은 세월을 탓하랴
다시 눈을 뜨기 전
한낱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새 도로명 주소쯤 알아두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