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환의 시

능금대추

조두환 2020. 5. 16. 15:31

어제 아내가 사 온 대추

어릴적 가을 이맘때면

어머니가 큰 함지에 사오시던

영락없는 잠밖* 능금인데

갤쭉하던 놈이 어찌 그리

동그란 아이주먹으로 변했나

 

줄기세포의 마술에 걸린 건가

아니면 푹한 여름이다가 싸늘한 겨울이던

변덕스런 계절에 대한

생명들의 반란인가

 

이제 주인 없는 뜨락에서

다시 정돈해야 할 어린 추억들

헤실 웃음으로 넘기기엔

환생한 세월의 쇠울음소리

너무나도 쨍하구나.

 

 

* '자하문밖'의 서울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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