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의 아내가 우리와 슬픈 이별을 했다
지난 연말 모임에서 터뜨리던 함박웃음이 눈에 선한데
갑작스런 회오리바람 어찌하지 못하고
아픈 상처 모두 손때 묻은 성경책에 맡겨두고
두 손 모은 채 우리 곁은 떠났다
세상에 머문다는 것 한가지만으로
마음 놓고 기뻐하는 우리들이지만
정작 살아서 서로 얼굴 마주하는 날은 얼마인가
죽어서 땅에 묻히는 것이 그처럼 가벼운 일이라면
먼 나라로 이민 가서 세상이 끝날 때까지
한 번 두 번, 아니면 문득 생각날 때마다
고작 아릿한 목소리를 듣고 안심하는 것과 다를 바 뭔가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면
옷 갈아입고 먼길 떠나는 나그네와 다를 바 뭐랴
삶을 끝낸 것이 아니라 고통을 거둔 것이며
이생의 한계 너머 영원으로 향한 것이니
당분간 송년회를 미뤄둔 것으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