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사는 우리가 얼핏 모이다 보니 다섯 명 고국에 아내와 아이들을 떼어놓고 온 늙은 학생들 외톨이들이 모이니 쓸쓸함이 더해졌던지 모두 어린이 마음이 되었다 평소 숨겨놓은 심술이 반항심으로 돋아났나 밤길을 가다가 라인강 철교 위에서 누군가 먼저 오줌을 갈기기 시작하니 모두가 따라한다 전깃줄 위의 참새떼처럼 한줄로 서서 난사한다 헤센과 비스바덴 주 경계지 다리 아래로 우리를 시위한다 그리고 나서 다시 방안에 쪼그리고 앉아 술잔을 들이키다가 하나가 먼저 아내가 더 보고 싶은가 아이들이 더 보고 싶은가 서로 우기다가 둘은 마치 원수처럼 싸운다 싸운 것이 아니라 외로움의 크기를 대본 것이겠지만 수탉처럼 싸우던 두 사람은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벼슬을 내리지 않고 지냈다던가 아무리 외투깃을 높이 치켜세워도 목덜미의 싸늘한 외로움을 가릴 수 있을까 그에 비하면 고국에 그런 대로 잘 있다는 내 아내의 편지가 따스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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