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밖 비탈길
옛 흙다리 남쪽 백사장 터
사람들의 발길 잦은 이곳에
검붉은 죽음의 처형장 세워졌네
나라의 명운이 암흑 속에 갇혀 있을 때
미처 눈뜨지 못한 세상은
그리스도 의의 횃불일랑 알아보지 못하고
모두 무참하게 짓밟아버렸으니
아 진리에 바쳐진 목숨들은
고통을 용서와 인내로 품고 있다가
끝내 한 송이 꽃으로 잠들고 말았네
여기 꽃향기 그윽한 길모퉁이 지나
순교자들의 성지로 거듭난 공원 한복판
“의로움에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을 위한
현양탑을 하늘 높이 세워 올려
성스러운 뜻을 기리고 있네
하늘의 메시지 날아드는 봄날이면
빌딩 숲에 갇혀 있던 겨울바람도
그때의 슬픔 감출 길 없어
꺼져가는 한숨 토해내고 있네
고난의 가시들과 핏빛 꽃봉오리들
모순으로 뒤엉킨 아픔 뒤로
어김없이 장미가지 꽃순 돋우는
아아 약속의 땅이여
활활 타오르는 영혼의 불길
동서남북 철길 따라
서러움의 행렬 이루며
다시 또 다시
붉은 장미로 피어 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