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환의 시

귀뚜라미

조두환 2020. 6. 17. 16:48

깊어가는 가을밤

뒤뜰 창가에서

구슬피 울고 있는 나를

소슬바람의 메신저라고 

제 좋을 대로 반기는 사람들

 

허공을 가르며

생존의 몸부림 치는

먼 길 철새들의 날갯짓도

낭만이라 이름 붙여

가을을 호사하는 족속이려니

귀뚤귀뚤 우짖는 이 소리

잃어버린 짝을 그리는

피맺힌 절규임을 알려나  

 

저만의 반쪽 세상에서

언제나 제 생각만 하고 사는

야속한 인간들을 위하여

나 귀뚤귀뚤 귀뚜라미

이리도 슬피 우는 건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