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 시간

이 땅을 떠날 때

조두환 2025. 5. 3. 12:58

목숨 하나 부둥켜안고

아등바등 한세상 살다가기 보다는

거친 바람 속 초롱불 처럼

안간힘으로라도 어둠을 밝혀주거나

길 잃은 나그네에게

희미한 휘파람 소리라도 불어주거나

아니 그보다도

설움 많은 사람의 가슴에

조그만 사랑의 종소리라도 울려주다가

이 땅을 떠날 수 없을까

이다음 하늘나라 문턱에서 

저기서 어떻게 살다가 왔느냐고

혹시 그분께서 물으신다면

대답 대신 그냥

순한 웃음 하나 지을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