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 시간

가자미의 소원

조두환 2025. 3. 22. 22:30

동해 검푸른 바다

파고 타고 노닐다

깜빡 낚인 나들이의 꿈

부모 형제들과 생이별하고

낯선 어시장 차디찬 유리벽에 갇힌

시한부 목숨

 

납작 볼 양쪽 눈동자 맞붙이고

가쁜 숨 몰아쉬며

안개 속 침묵에 뿌리는

청맹과니 눈빛

나 스스로 조문해야 할

얼비친 슬픔이야 어찌하랴만

 

이 한 몸 부스러지기 전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으라 부르시던

어머니 목소리 고여 흐르는

부둣가 파도 소리에

마지막 삶의 메아리

묶어둘 수 없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