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 시간

한 알의 밀알 - 로댕의 <칼레의 시민> 앞에서

조두환 2025. 2. 15. 14:34

맨머리에 맨발

목에는 굵은 오랏줄

굴욕 가득한 얼굴

적군의 강요로

풍전등화의 나라를 위해

희생제물로 나선 여섯 의인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일곱이 되어

이제 한 목숨은 건질 수 있으리란

바라지 않던 바람이 미끼가 되어

시름의 골 깊어가는 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졌네

시민대장 유스타쉬 드 생 미에르가

스스로 목숨을 던져버렸네

 

썩어야 거둘 선한 열매

검은 관속에 담아

소의 눈빛 닮은 사람들 기다리는

찬란한 아침 광장으로 옮기는 발길

죽음의 종소리 생명의 시그널 되어

힘차게 힘차게 울려 퍼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