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 시간
미황사에서
조두환
2025. 2. 13. 15:45
한반도 땅끝 해남의 달마산마루
서역 나라 불상과 경전을 지고 가던 황소가
벅찬 울음 토해내며 멈춰 섰다는
신비의 산기슭 따라
송이처럼 돋아난 대웅전과 전각들
세상 금빛 영화보다 더 고귀한
노란 침묵을 품어 안았다
숲 속 산새들마저 묵언수행하는
겹겹이 쌓인 절대적막에
출렁이던 가슴 잔잔해지고
깨달음의 가는 불빛 스며 오는데
담장 곳곳에 피어난 새하얀 돌꽃
열반의 미소 인양 그윽하여라
경내의 감로수 한 모금 목을 축이니
아아 눈에 고이는 이름모를 기쁨이여
저 건너 세심당 툇마루에 걸터앉아
풀이슬 정한수에 마음마저 씻고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