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 시간

귀뚜라미

조두환 2025. 2. 1. 14:31

깊어가는 가을밤

뒤뜰 창가에서

구슬피 울고 있는 나를

소슬바람 메신저라고

치켜세우는 사람들

 

허공을 가르며

생존의 몸부림치는

먼 길 철새들의 날갯짓도

낭만이라 이름 붙여

가을을 호사하는 족속이려니

귀뚤귀뚤 우짖는 이 소리

잃어버린 짝을 그리는

피맺힌 절규임을 알려나

 

저만의 반쪽 세상에서

저만을 생각하며 사는

야속한 인간들을 향하여

나 귀뚤귀뚤 귀뚜라미

이리도 슬피 우는 건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