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칼브로 가는 길

조두환 2022. 5. 16. 17:23

슈투트가르트 서북쪽 구십리 길

동양의 가늠자로도

딱 들어맞는 세상 하모니

헤세는 이 길목에서

산바람과 벗하며

세상과 만났다는데

나는 그를 만나러 간다

 

외진 산등성이에

기댄 나무집들

곧장 더 가면

하얀 공장건물들과

동화같은 숲길

같이 있어도

전혀 등을 돌리지 않는 게

참 이상하고 놀랍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남은 티끌마저 씻어버릴 듯

물길을 모으고 있는데

새 멍울 매만지는 나뭇가지의

숨소리 들린다

이따금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도

벌써 싱싱한 풀잎이다.